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야기
갤러리세빈 2025년 첫 전시를 소개 드립니다.
‘비가 모든 것을 적시며 세상을 깨우듯 사랑의 감정은 서로에게 스며들어 따뜻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박정용 작가의 < 봄비 >라는 작품의 작가노트 중 일부분입니다.
이 차가운 세상에서 사랑의 감정은 우리에게 스며들어 안전한 마음의 방공호를 만듭니다.
지극히 외로운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주의가 더욱 팽배해졌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각자의 자아를 떠나 군중의 일부가 되어 서로를 소외시킵니다.
그 속에서 삶의 무게와 슬픔을 나누어질 수 있는 사람,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한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고독과 고립, 무표정한 무관심 속에 우리는 소외되거나 외로움의 통증을 느낍니다.
이준 작가는 이 소외와 삶의 무게를 작업의 세계로 가지고 옵니다. 그의 작품은 고독하고 서늘하며 직관적입니다.
그 촘촘한 현실 앞에서 그의 작품은 진실하고 성실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의 존재를 기다립니다.
서동진 작가는 고독과 경쟁의 정글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보호구(goggles)를 착용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성적이나 돈, 직업과 명예는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구가 됩니다.
이것만이 내 길이고 나는 이렇게 살 것이라는 내면의 원칙이나 신념 또한 보호구가 됩니다.
그의 작업은 캐릭터와 드로잉, 미디어로 확장하며 보호구를 깨고 나오는 순간을 향해 나아갑니다.
깊은 고독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기다립니다.
고독의 길을 헤맬 때 다정한 지도를 건네어 주는 것, 그 지도의 목적지가 사랑이 될 수 있다먼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박정용 작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소외되지 않고 서로에게 무관심하지 않고 다정한 시선으로 반짝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에 의해 풍화되어 다듬어진 돌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서로 만납니다.
그래서 박정용 작가의 < 풍화 >는 이 사랑의 종착점이 됩니다.
이 세 작가가 만나 다루는 이야기는 고독과 고립, 상처에서 시작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됩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정거장에 이 전시를 놓았습니다.
전시를 보는 여러분의 마음도 사랑의 종착점에 가닿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