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의 나의 작업은 ‘반대의 공존과 공생’이라는 생각의 중심에서 시작되었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존재하고, 어둠은 빛이 있어야 드러난다. 외면은 내면이 있어야 의미를 가지며, 내면은 외면을 통해 드러난다.
자연은 인위와 충돌하면서도 균형을 이루고, 인위는 자연을 닮으려 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를 정의한다.
이처럼 서로 반대되는 것들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재하게 해주는 힘이다.
이 사유는 헤겔의 정반합의 변증법적 구조와 깊이 맞닿아 있다. 헤겔은 모든 존재가 ‘정립–반정립–종합’의 과정을 통해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고 보았다.
즉, 하나의 개념은 그 반대 개념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며, 결국 둘의 긴장 속에서 더 높은 차원의 통합으로 나아간다.
빛과 어둠, 외면과 내면, 자연과 인위는 각각의 반정립이며, 나는 이들 사이의 경계에서 작업하고자 한다.
나는 고글(goggles)을 통해 보이는 내면의 얼굴을 보고자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에서, 고통과 억압, 그리고 그 안의 가려진 빛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반대의 공존은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재하게 하는 역동적 관계다. 나는 이 경계 위에서 작업하고자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지켜야 할 것과 깨야 할 것, 그 사이에서 나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존재의 조건을 탐색하는 사유의 장이다.
나는 보호구를 쓰고 살아가는 나에게 묻는다.
너의 빛은 어디에 있는가. 그 빛을 꺼내기 위해, 무엇을 깨야 하는가.
그리고 그 빛은 무엇인가.
-작가노트 中-